여소야대로 출발한 20대 국회가 개원한 지 석달이 되어간다. 하지만 야대 국회를 실현한 유권자들에게 20대 국회는 19대 국회보다 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에 대한 정부의 예산·인력 지원 강제중단 사태와 세월호 특검 임명안 등에 대한 야대 국회의 의도된 무관심과 무능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명박 정권 말기 정권교체를 원하는 여론은 꾸준히 60%를 상회했다. 언뜻 생각하면 이런 여론은 야당에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작용하지 못 했다. 박근혜 당시 후보가 '친이'와 각을 세웠기 때문이다. 지금 유승민 사태를 거치면서 그런 구도가 다시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레임덕이 좀 더 심해지는 내년 쯤 가면 여당 내에 박근혜 대통령과 뚜렷하게 각을 세우는 그룹이 나올 것이고, 박근혜에 대한 야당의 공격은 이 집단 앞에서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유승민 사태는,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비박 의원들의 행동은 장기적으로 새누리당의 재집권에 도움이 된다.
'희망'이라는 말과 마찬가지로 '사람다움' 역시 한층 풍성한 삶의 지평을 지시하기보다 더이상은 떠밀릴 수 없는 절벽을 연상시키는 점이 한국사회의 정직하고도 부끄러운 좌표이다. 소송의 탈을 쓴 린치에 다름 아닌 손배가압류라는 신종 폭력은 공공의 정치를 난폭하게 짓밟으며 강화되어온 노골적인 돈의 정치를 대표한다. 불과 며칠 전, 진상규명을 저지할 목적이라 볼 수밖에 없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내놓으면서 보상금이 8억이네 11억이네 운운한 것과 정확히 동일한 성격의 폭력인 것이다.